March 16, 2025 . 아름다운교회 있을 때는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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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아름다운교회 역사에 길이 남을 리더십 교체가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타주에서까지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저는 라스베가스 교회 역사에 이렇게 리더십이 아름답게 이양되는 일이 처음 있는 일이라고 들어 왔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돌아가시는 분들의 말에 이것이 얼마나 역사적으로 의미있고 아름다운 일이었는지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오신 손님들, 특히 목사님들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얼굴에는 은혜를 머금은 표정들을 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모든 예식이 마쳐지고, 주일 저녁까지 손님들을 대접해야 했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찾아온 월요일, 모처럼만에 정신을 좀 차리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것 하나 제 힘으로 된 것이 하나도 없음을 더욱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1년여 간의 원로목사님과 함께 보냈던 시간, 부족하고 모자란 저를 사랑으로 격려해 주셨던 성도님들의 사랑의 손길, 가족들의 지지와 인내, 무엇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이 모든 것이 하나라도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가지를 크게 놓치고 있었습니다. 바로 저희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이었습니다. 아들이 담임목사로 취임한다고 이역만리 먼 곳에서 저희 부모님이 이곳에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외아들이니 얼마나 이 순간이 기쁘셨을까요? 그런데 사실 저는 원래부터 외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여동생이 하나 있었죠. 하지만 하나님의 뜻하심이 있어 약 30년 전 먼저 하나님 품에 안겼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목회 하시느라 어느 누구에게 아픈 마음을 제대로 토로하실 수도 없었을 터입니다.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누를 수 없어 뜬 눈으로 밤새 기도하며 지내실 수밖에 없으셨던 것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또 한가지 최근에 저의 마음을 더욱 시리게 한 것은 그 당시 아버지, 어머니의 나이가 지금의 저보다 어린 40대 초반의 나이였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아버지, 어머니는 늘 어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어려움도 당연히 이겨내셨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둘째 아이의 생일 때 제 여동생의 나이가 된 것을 깨달으면서 아버지, 어머니는 그때 저처럼 어린 아빠, 엄마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그러니 홀로 남은 자식인 저에 대한 마음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을 터입니다. 그래서 저를 위해 예나 지금이나 얼마나 기도해 주시는지 모릅니다.
그런 부모님이 지난 주일 행사가 끝나고 원로목사님과 시애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두분에게 주무시라고 깔아놓았던 매트가 비어있는 것을 보는 제 마음이 왜 이리 허전했을까요? 함께 식탁에 앉아 아무 말도 없이 함께 밥을 먹던 그 자리에 두분이 계시지 않는 것이 왜 이리 이상하게 느껴졌을까요? 그냥 그 자리에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든든함을 주었다는 것을 여행을 떠나시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있을 때는 몰랐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안 되겠습니다. 있을 때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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