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15, 2018 . 아름다운교회 밑지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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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습니다. 베가스의 봄은 바람과 함께 시작합니다. 돌풍 같은 바람이 교회의 간판을 떨어뜨릴 정도로 세차게 불지만, 그 강풍과 함께 봄은 성큼 왔다가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봄은 생명의 기운을 주기에 적합한 계절입니다. 저도 그 봄을 몸으로만 느끼지 않으려고 LA가는 길에 고추 모종을 사다가 교회에도 심고, 집에도 심었습니다. 아마, 제 손으로 모종을 사다가 심은 것은 처음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사다가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자문하고 gardner에게 조언을 구해서 옮겨심기를 여러 번 했더니 고추 모종들이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았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몇 가지 배운 것이 있습니다. 농부의 수고가 그 중의 하나입니다. 모종을 사다가 거름을 주고, 비료를 주고, 때에 맞추어 물을 주는 노력을 하다가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고추를 사다가 먹는 것이 훨씬 싸다’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들어간 돈, 수고, 물 값, 토양, 비료 등을 따져보니 그 돈 가지고 마켓에 가서 사다가 먹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정말 밑지는 장사일까요? 현실주의나, 경제성의 원칙에서 따져보면 분명 손해가 나는 일입니다. 제가 만일 기업의 오너라면 그런 장사는 안해야 합니다. 빨리 손을 떼야 살아남는 길입니다. 그것은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에게서는 해서는 안 될 사업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돈’ ‘경제적 이익’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고추모종을 관리하면서 보내는 시간, 돈, 노력, 마음 등을 생각해 보면 그 가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미 투자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논리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그것이 바로 ‘보람’이라는 무형의 자산입니다. 우리는 때론 모든 것을 ‘이익창출’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그러나 보람은 이익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고추를 기르는 비용보다는 사먹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수고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에 사먹는 것 보다는 기르는 보람은 돈의 가치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이 인생에서 참 많이 있습니다. 꼭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자식을 기르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겠지요. 교육을 하는 것도 그런 것이겠지요. 한 영혼을 위하여 온 재산을 투자하는 이 괴기스러운 논리는 무엇으로 바꿀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보람은 모든 유형적인 것들을 투자할 만한 보람적 가치가 큽니다. 세상은 ‘이익 가치’만을 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 영혼을 생각하는 신앙적 관점에서는 ‘보람 가치’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99마리의 집안에 있는 양을 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를 찾아 나선 목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가치도 그렇습니다. 경제논리로 보기 보다는 보람이라는 측면에서 보아야만 이해가 되는 것이 참 많이 있습니다. ‘벌어서 남 주나?’라는 말보다는 이젠 ‘벌어서 남 주자’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나의 시간과 물질, 모든 노력을 다 드려도 아깝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 보람을 무엇으로 바꿀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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