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01, 2024 . 아름다운교회 거룩한 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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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주일을 통하여 교회의 사명의 방향을 늘 뒤돌아보려고 우리 교회는 매해 5-6차례 선교주일로 정하고 지키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교회의 절기는 한번씩으로 지나가는 반면에 선교주일은 이렇게 여러 차례에 걸쳐서 지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교회가 지향하는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 일은 교회가 개척된 이래 지금까지 중단없이 진행되어 온 일이기도 한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때론 이 행사가 의례적인 것에 그친 적이 없었는지 죄송한 마음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늘 일정하지 못합니다. 너무 오래, 자주하다가 보면 통과의례처럼 지나가는 것이 인간의 습성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산해진미의 식사도 자주하다가 보면 일상의 음식처럼 특별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는 쌀밥만 먹지 못하게 하려고 국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보리를 몇%정도 섞어 먹으라고 계몽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도시락에도 그렇게 하도록 검사까지 하던 시절입니다. 이제는 쌀밥이 싫어서 어쩌다 먹는 보리밥, 꺼끌꺼끌해서 목에 잘 넘어가지 않던 순보리밥이 건강식이 되어서 서로 돈주고 사먹으려고 하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선교에 마음을 쓴다는 것은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과 다름이 아닙니다. 세상의 끝이 언제냐고 물을 때에 ‘복음이 만민에게 전파되는 때’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말세지말(末世之末), 세상의 종말의 가장 끝에 있을 정도로 마지막 시대라고 하는데, 정말 우리가 신랑이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신부라면 그 종말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복음을 모든 족속에게 전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요, 책임입니다. 하지만 이 일은 쉽지 않습니다. 교회의 희생, 나의 희생과 헌신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이기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해야만 하지만 하기가 힘든 일이기에 마음 한켠에 부담감처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거룩한 부담감’입니다. 주님의 명령이요 부탁이기에 ‘거룩합니다’. 이것을 알기에 교회와 성도들은 감사함으로 이 일을 잘 감당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14개지역의 선교사님들과 연결하여 기도와 물질로 돕고 있습니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그 사역에 동참한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저 역시 이제 은퇴를 앞두고 하나님앞에 기도하며 준비하는 것이 있습니다. 은퇴이후에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그저 삶을 영위하는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평생을 몸담아 왔는데, 그 마지막에 그저 편안한 삶을 자처하며 살기에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그 마지막의 사역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을 찾아가는 것임을 제 마음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게는 부역의 부담감이 아니라 ‘거룩한 부담감’인 셈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선교주일로 지키는데, 명칭이 선교주일이 아니라, 우리안에 있는 이 ‘거룩한 부담감’을 은혜로 표현하는 주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주님이 기뻐하시는 길임을 확신하기에 교회는 이 거룩한 부담감을 기쁨으로 감당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