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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박대우목사)

April 16, 2023 . 아름다운교회 나는 어떤 거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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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다운교회
댓글 0건 조회 649회 작성일 23-04-1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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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학교에서 상을 받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우등상을 받는 것이 가장 기쁜 일이었지만, 그런 상을 못받아도 개근상도 자랑스러웠고, 하다못해 며칠 결석한 것도 상을 받아 ‘정근상’이라도 받으면 자랑스러웠을 때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출석을 할 수 있는지, 이 개근상은 성실함의 상징이 되어 타인의 인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상이 귀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개근거지’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여, 우리 기성세대의 개념이 털리는 역조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개근거지?’ 개근 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개근거지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려옵니다만, 내용을 알고 보니 씁쓸한 마음이 몰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요즘은 개근하는 것이 성실함의 상징이 아니라 ‘가난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집안이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은 현장학습의 일환으로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게 되는데, 집안이 넉넉한 가정의 아이들은 해외도 나갈 정도의 부자가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꼬박꼬박 출석을 하게 되니, 이것이 성실함의 상징이 아니라, 해외도 못나갈 정도로 가난하다는 상징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학생들끼리도 위화감이 조성되어서 ‘너는 가난해서 여행도 못가지?(현장학습)’라고 놀려대니까, 자녀들이 울면서 돌아오는 모습에 그 말을 듣지 않으려고 어떻게 해서든 현장학습용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부모님들의 한숨을 들었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성실하게 학교 공부에 충실하여 개근상을 받았던 우리 기성세대는 이제는 감히 개근상을 자랑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런 시대가 오면서, 기존에 있던 거의 모든 가치 개념들이 뒤집어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시대속에서 과연 신앙인들은 바뀐 개념은 없을까요? 혹시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예배생활을 하고, 헌신하고 봉사하는 성도들이 ‘개근거지’로 바뀐 이 현세대의 정의처럼, 돈이 없어서 어디도 못가고 매주 성실하게(?) 예배출석 꼬박 꼬박하는 성도들 사이에서 ‘저 사람은 개근 성도!’라는 이 칭찬이 ‘개근거지’(?) 정도로 비추지 않을가 싶습니다. 그래서 교우들 사이에서 자녀들이 ‘우리도 거지 소리 안듣게 주일을 빼먹고 놀러가자’는 눈물의 호소를 따라 ‘개근거지’가 되지 않으려 들로 산으로 놀러가는 현상은 앞으로 없을까 미리 걱정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느 날 기존의 가치개념들이 완전히 바뀌어 사용될 날이 머지 않다는 기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사도 바울은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이 세상 풍조(the pattern of this world)를 따르지 말라’(롬12장)에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풍조, 이 세대가 만들어 놓은 가치 개념을 따라 우리 성도들의 신앙생활이 오염될 것을 오래 전부터 염려했던 것같습니다. 시대는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추어 사람들의 생각또한 하루가 멀다고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는 나도 모르게 세상에 묻혀살면서 세상의 풍조를 반영하면서 성경말씀이 기준이 아니라 세상의 사고방식이 기준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의 가치에 묻혀사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마치 물고기가 짠 바다에 살지만, 소금에 절여지지 않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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